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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10년 이상을 쉬지 않고 달려왔다. 물론 중간 중간에 책을 쓴다고 3개월 정도 쉰 적이 있지만 그 때는 책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했기 때문에 쉬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책을 마무리하자마자 새로운 직장을 찾아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에 더더욱 여유 없이 지낸 듯하다. 그렇게 10년 이상을 달려왔더니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고민 고민 끝에 회사에 한달 쉬겠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쉬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몇 일 있지 않아 제주도에서 Test Driven Development 강의 요청이 왔다. 정말 쉬려고하는 시점에 강의 요청이 왔고 그것도 제주도란다. "난 정말 운이 좋은 놈인가보다."라고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제주도에서 TDD 강의를 하면 들으러오는 개발자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Spring 프레임워크 강의라면 모를까 TDD 강의라니. 수도권에서도 그리 흔치 않은 강의가 TDD 강의인데 말이다. 그것도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육인데 TDD 강의를 기획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강의 준비를 했다. 

이렇게 긴 강의는 오랜만이다. 회사를 옮긴 후에는 회사 업무에 집중하려고 강의 활동은 한 동안 접었었는데 올해는 다시 시작하려고 커리큘럼도 짜고 있었다. 그런데 TDD는 계획하고 있지 않아서 준비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나름 많은 준비를 했다. 공지가 나간 후에 알게된 사실은 강의가 정부 지원 가정이라 무료란다. 이 사실을 알고 교육에 참여하는 "개발자들의 적극성도 그리 높지 않은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뒤로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하고 강의를 하리라 마음먹고 준비했다.

TDD 강의를 마치고 한라산 등반 계획까지 세우고 제주도를 방문했다. 오는 날 바람이 많이 불어 비행기가 결항되어 몇 시간 지연되기는 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 도착하고 몇 시간 있자니 교육 담당자로부터 강의 수강 인원이 20명 정원 모두 모집 완료됐단다. "와 대단하다."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강의 첫째날을 시작했다. 20명이 지원한 것은 맞지만 회사 사정으로 인해 4명 정도가 참여하지 못했다. 개발자들은 참석하고 싶었겠지만 갑작스럽게 업무가 발생해 참석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무료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교육조차 참석할 수 없는 우리나라 현실이...

하지만 교육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쏟아지는 질문들.. 꼭 TDD가 아니라 다양한 방면에 대한 질문이었지만 그 만큼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너무 즐거웠다. 한 개발자가 이런 말을 했다. "서울에서 강의하면 여기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죠?"라고.. 막연하게 이런 생각을 하겠지만 수도권에서 진행하는 교육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개발자들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보다 피드백도 없고 적극성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강의로 봤을 때 이번 제주도 TDD 강의에 참석하는 개발자들의 적극성과 관심은 수도권 개발자들보다 더 컸다.

3일의 강의는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고, 즐겁게 끝냈다. 제주 테크노파크에서 점심을 제공했지만 이를 사양하고 개발자들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제주도 개발 현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수도권에 비해서 훨씬 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개발자들... 제주도의 개발 환경이 변하려면 제주도로부터 시작하기는 힘들 듯하고 수도권의 개발 환경이 개선되어야 그 영향으로 제주도나 다른 지방 도시까지 개발 환경이 개선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째 강의를 마치고  제주 테크노파크 교육 담당자와 술한잔했다. 술한잔하면서 TDD 교육 과정이 어떻게 개설될 수 있었는지 들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교육은 이미 다른 곳에서 진행하는 교육 과정을 가져와 진행하는 과정이었는데 그럴 경우 현장과 괴리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자신이 교육 과정을 담당하면서 개발자들의 수요를 파악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교육 과정을 만들어 간다고 했다. 그러던 차에 TDD 과정을 만들어 제주도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개념을 전파하고 싶었다고 한다. 사실 공무원 신분으로 짜여진 틀 속에 편하게 일할 수도 있지만 이 교육 담당자는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TDD를 기획한 것도 그렇지만 생각하는 바가 일반 공무원과는 달랐다. 남다른 열정과 제주도에 대한 애정, 소프트웨어 대한 관심이 합쳐서 이런 과정을 개설할 수 있는 계기가 된 듯하다. 이로 인해 제주도 소프트웨어 개발환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성과를 만드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바꾸어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면 우리 환경도 더 빠르게 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경험과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었던 3일간의 강의였다. 추후에 또 다른 기회가 생겨 다시 한번 강의하러 올 수 있으면 좋겠다. 그 만큼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강의였다. 이 같은 기회를 준 제주 테크노파크의 이행철 연구원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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