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치 않게 최후의 제국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중, 후반부부터 보기 시작해 대략 20분 정도 밖에 볼 수 없었지만 자본주의의 현 상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결 방법을 찾아가는 노력을 볼 수 있었다. 이제 1부 밖에 볼 수 없었지만 나머지 2,3,4부가 기대된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 - 인간 중심의 경제를 위하여"라는 책을 지난 주말 끝까지 읽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책을 읽으면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내 경제 상황들에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시점에 최후의 제국까지 보고 나니 정말 누구를 위한 성장과 발전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끊임 없이 과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이 모든 활동이 인간 중심이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인간의 행복을 위해 기여하지 않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이 의미있는 일인가?

이 같은 고민의 연장선에서 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의 가치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는 나의 활동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 기여하는 부분이 있을까?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해 봤지만 아직까지 딱히 "이거다"라고 확신을 가지는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주일 이상 고민한 듯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만약 그런 활동을 찾는다면 이 일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면서 열심히 활동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한 가지 더 큰 고민 거리가 생겼다. 내년부터 나는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하는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 책이 추가하는 인간 중신의 가치를 위해 소프트웨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일까?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지만 아직까지 나는 답을 찾지 못했다. 물론 정답이 있을 수 없겠지만 내 자신만의 기준을 정하지 못했다.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는 점점 더 발전하고 있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 할 수록 모든 기업은 점점 더 대형화되고 있다. 기업이 대형화되면 될 수록 그 속에서 일하는 인간은 사라지고 자본만이 남게 된다. 웹 서비스들을 보아도 점점 더 대형화되고, 플랫폼화된 곳만 살아남고 있다. 최근 게임이나 웹 서비스들의 흐름을 보면 기존의 재벌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대형 서비스들이 제공하는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자생하기 힘든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다. 검색에 종속되고, SNS와 메시지 서비스에 종속되어 가고 있다. 이와 같이 변화하는 것에 나 또한 한명의 프로그래머로서 일조하고 있을 뿐이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주장하듯이 소프트웨어는 작은 규모로 인간을 중심에 두면서 발전해 갈 수는 없을까? 수 많은 작은 회사가 만들어지고 그들이 공생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을까? 아니면 수 많은 작은 제조 회사가 만들어지고 그들이 생존하는데 소프트웨어가 기여할 부분은 없을까? 수 많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아직 답을 얻지 못했다.

다시 내년부터 시작할 학교로 돌아가서 나는 그들에게 무슨 가치를 줄 수 있을까?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은 친구들에게 프로그래밍에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잘 키우면 되는 것인가?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키워 놓으면 결국 이득이 되는 건 기업들 뿐이지 않은가? 현재의 사회 구조적인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너무 좁은데... 나의 의문은 풀리지 않은 상태로 이 책을 끝맺었다.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맞다. 하지만 그 소프트웨어가 진정 인간의 행복을 위한 것인가? 나는 아직도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내일 또 스터디를 하러 간다. 개발자들과 만나 더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스터디하고 일하는 것이 진정 무슨 가치를 위한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본주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이 책이 제시하는 바를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