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왠 과정 타령인가?', '2014년 새해가 되더니 이 인간이 미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미친 것은 아니고 언젠가는 한번 쓰려고 했던 글을 쓰려고 한다.

몇 일 전에 한 친구가 찾아와 나눈 이야기이다.

학생 : 교수님, 제가 잠시 일하고 있는 곳에 정말 뛰어난 몇 명의 개발자가 있는데요. 저도 그렇게 되고 싶어요.

나 : 어떤 부분이 뛰어난데?

학생 : 3 ~ 4명의 개발자가 짧은 기간 동안에 짬짬이 시간을 투자해 정말 재미난 것을 만들었는데요. 짧은 기간에 그 정도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회사에서도 그 3 ~ 4명의 개발자를 수퍼 개발자라고 인정하더라고요. 저도 그 모습을 보니까 그 수퍼 개발자와 같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나 : 근데 몇 일 전 소스 코드 품질이 엉망이라던 것도 그 친구들이 만든거 아니야?

학생 : 맞아요.

나 : 그 친구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너희들은 쌓은 똥 치우는 일을 계속해야 되는거야? 이런 구조인데 그 친구들이 정말 수퍼 개발자 맞는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들과 같이 되고 싶은거야?

학생 : 네.

위 대화에서 등장한 3, 4명의 개발자는 정말 수퍼 개발자인가? 이 친구의 대화만으로는 정말 수퍼 개발자인지 아닌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봤을 때 수퍼 개발자가 아닐 가능성도 높다. 회사가 성장하는 초반에는 수퍼 개발자일 수 있겠지만 회사를 지속한다는 관점에서는 수퍼 개발자가 아닐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까지 수 많은 곳에서 경험했다. 

빨리 빨리 만드는 것에 익숙하고 재미있어 하지만 자신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유지보수하는데는 크게 관심이 없는 개발자일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성향을 가진 친구들이 만들어내는 빠른 결과물로 인해 회사로부터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 친구들이 만든 소프트웨어의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안되기 때문이다. 이 친구들이 쌓은 똥을 묵묵히 치우고 있는 개발자는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와 같이 결과 지향적으로 평가할 경우 이를 지켜보면서 성장한 후배 개발자들 또한 자연스럽게 결과 지향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결과 지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시작단계에서는 빠른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 부작용은 나타날 수 밖에 없다.

이 모습은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빠른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집중해 왔다. 이명박 정권에서 추진했던 4대강 또한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한 전형적인 모습이다. 정치권에서 진행되는 상당 수가 이와 비슷하다. 결과 지향적인 성향은 최근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자본주의가 우리 사회를 깊이 있게 파고들 수록 결과에 집착하는 경향은 더 높아지고 있다.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 하지만 결과에 집중하면서 과정을 무시하는 경향이 발생한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가 결과에 집중하고 과정을 무시할 경우 즐거움, 행복과는 점점 더 멀어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나는 안녕들하십니까?에 대한 40대의 답변 글에서 "마흔이 넘은 우리들이 "안녕들하십니까?"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길거리로 뛰어나가는 것이 진정한 답변이 아니다. 이 질문에 진정한 답변을 하려면 먼저 내 주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고,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노력부터 하자. 그 젊은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면 먼 곳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지 말고, 내 주변에서 해답을 찾아보자."라고 했다. 나는 변화를 만들어 가는 중심에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고 본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마음 가짐으로의 변화는 작은 것이 아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고 힘든 변화이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상당히 많은 것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사고하고 결정할 수 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면 내 자신만이 아니라 내 주변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의 삶을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아니 우리 뿐만 아니라 우리 자식에게도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줄 수 있다.

결과보다 과정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면서 살려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결과 지향적인 성향이 뿌리깊이 박혀있는 국가, 조직 속에서 과정의 중요함을 이야기할 경우 미친 놈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어쩌면 조직 속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당당히 이야기해보자. 분명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단지 두려워 이야기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당당히 이야기할 때 외롭지 않을 수 있다.

과정에 집중하며 사는 삶은 힘들다. 잠시만 방심해도 결과 지향적인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결과 지향적으로 살아왔고, 결과 지향적으로 사는 것이 맞다고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순간 순간 의식적으로 살아야 가능다. 힘든 길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과정 지향적으로 살 때 가능하다.

정치권이나 조직의 문제를 찾기 전에 내 자신부터 과정 지향적으로 바꿔나가자. 그럴 때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