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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hn next에서 나의 역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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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next에 합격하고 참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내일이 공식적인 정식 입사일이다.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나의 초심이 흔들릴 때마다 한번씩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기록을 남긴다. 물론 나만의 공간에 남겨도 좋겠지만 지금까지 경험으로 봤을 때 이렇게 대외적으로 공개해버리면 책임감도 생기고, 더 실천을 잘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 이곳에 남긴다.

내가 next를 지원하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려면 먼저 올해 초 내 생각들을 잠시 이야기해야겠다. 올해 초 마흔살이 되면서 삶에 무엇인가 변화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저런 고민을 한 끝에 내가 정말 하고 싶은 활동들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내가 하고 싶던 활동은 다음과 같은 세가지였다. 

첫째, 커뮤니티 활동이다. 현재 slipp.net을 운영하고 스터디를 하는 것처럼 커뮤니티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다. 커뮤니티에 더 많은 강좌를 올리고 더 많은 개발자와 지식을 공유하고자 했다.

둘째, 집필 활동이다. 자바 웹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관련해 시리즈로 쓰고 싶은 책이 몇 가지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책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 따라서 시간 확보가 가능하다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몇 권의 책을 완성하고 싶었다.

셋째, 스타트업 회사나 컨설팅이 필요한 회사에 대한 기술 지원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기반을 잘 잡는 것이 무엇보다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얻게된 지식을 다른 프로젝트에 적용하고 경험을 쌓고 싶었다. 아직까지 국내 현실이 이 같은 컨설팅 활동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 판단했다. 나는 기술 지원 업무가 일회성이나 몇 차례로 끝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제대로된 기술 지원과 지식 전수가 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 지속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매일 매일의 지원이 아닌 일주일에 하루 정도의 지원으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위 세 가지 활동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올해의 내 목표였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올해 2월, JCO 컨퍼런스에서 next를 만났다. 온라인에서 next에 대한 소식을 접하기는 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몰랐다. 그런데 JCO 컨퍼런스에서 설명을 듣고 어떤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학교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잠시나마 관심을 가지고 잊고 지내다 next에서 전임 교수를 채용한다는 페이스북의 공고를 보고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내가 이곳에 가면 내가 올해 초에 목표로 했던 세가지를 할 수 있을까?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라는 직업에 맞을까? 그렇게 고민하는 중에 지인한테서 next 교수로 지원해 보면 어떻겠냐는 전화까지 몇 통 받았다. 내가 교수로 어울리나? 지인들은 잘 맞는다며 지원을 적극 권유했다. 그렇게 해서 지원을 했고, 합격했다. 합격 통보는 6월 중순 정도에 받았다.

위 고민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내가 처음 next를 지원하게 된 동기는 순수하지 못했다. 학교의 가장 중심이 되는 학생에 대한 고려는 많지 않았다. 내가 목표로 하는 일들을 할 수 있을까가 더 큰 관심사였다.

합격 통보를 받고 몇 일을 고민하다 팀장에게 통보했다. "이러 저러해서 next에 가게 되었는데 8월에 계획되어 있는 closed beta test(cbt) 5차를 마치고 9월 초에 퇴사했으면 좋겠다."라고... 팀장의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팀장은 내가 가는 길을 막지 않았다. 단, 9월은 너무 빠르고 게임 오픈때까지는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했다. 난 이전 직장인 xlgames가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2년 이상 같이 성장시켜온 웹 서비스 개발팀이 만족스러웠고 좋았다. 아마도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라면 고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next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고 새로운 길이였기에 선택했다. xlgames나 팀에 대한 나쁜 감정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다시금 next 학장님과 협의를 통해 12월 초에 최종 입사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 단, 9월부터는 일주일에 하루는 next에 출근하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했다. 그렇게 나는 3개월 동안 이중 생활을 했다.

돌이켜보면 이 때 입사일을 늦춘 결정은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next에 합격하고 근 5개월 동안 나는 next에서 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무신론자이다. 신을 믿지 않는다. 신이 없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살았다. 아직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가끔씩 운명적인 만남을 경험한다. 내가 고민하는 부분이 있으면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주는 책을 만나거나 사람을 만난다. 신은 믿지 않지만 무엇인가 무한한 힘을 가진 절대 권력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내가 next에서 나의 역할을 고민할 때 이 같은 경험을 몇 번 했다. next에 입사하는 지금 시점에 나의 운명이라 생각하고 next에서 내가 해야할 역할에 대해 다음 세 가지에 집중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같이할 친구들에게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그래밍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하고 싶다. 무엇인가를 만들고 키워 나가는 것의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 이후의 학습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 프로그래머가 좀 더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려면...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의 삶을 헤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의미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이 부분은 나 또한  부족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그네들과 같이 지내면서 고민하고 같이 성장하고 싶다.

둘째, 프로그래밍 비전공자로서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싶다. 아직까지 next 교수 중에서 비전공자는 나 혼자 밖에 없다. 프로그래밍을 전공하지 않았다는 것이 한편으로 두려움이고 부담스럽다. 하지만 나만이 가진 강점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접근하는 학습 방법, 프로그래밍 접근 방법에서 다른 측면이 있을 것이다. 좀 더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간다면 프로그래밍의 벽을 넘는데 조금이나다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셋째, 내향적인(내성적인)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고 그들의 강점을 끌어내고 싶다. 이 무슨 쌩뚱 맞은 역할이냐고 의아해 할지 모르겠다. 지금 사회는 점점 더 외향적인 사람을 지향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자본주의화가 심화되면서 그 정도는 극에 달하고 있다. 나 또한 어릴 때부터 외향적으로 살라고 끊임 없이 주문받아 왔으며, 외향적인 성격인 것처럼 살기 위해 부단히 많은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콰이어트라는 책을 읽으면서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학생 시절, 사회 생활 하면서 참 힘들었다. 분명  next에서도 나와 같은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그들이 가진 가치를 느끼게 하고 싶다. 이 역할을 고민하게 된 것은 나의 운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쩌면 나 또한 그들로 인해 더 많은 힐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위 세가지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 내가 최초 목표로 한 세 가지 중 커뮤니티 활동을 제외한 두 가지는 잠시 보류하려 한다. 위 세가지 역할에 충실한 상황이 되고 시간적인 여력이 되면 그 시점에 나머지 두 가지 활동에 집중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어 한편으로 설레기도 하면서 두렵다.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운영처럼 주어진 위 세가지 역할에 충실한다면 두려움은 느끼지 않을 것이다. 6개월, 1년이 지나 위 세가지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지 가끔씩 되돌아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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