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 pages
  • 창의성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깨트린다.
Skip to end of metadata
Go to start of metadata

You are viewing an old version of this page. View the current version.

Compare with Current View Page History

Version 1 Current »

몇 일전 초등학교 동창으로부터 주소 좀 보내달라는 문자를 받았다. 주소와 함께 "뭐 맛있는거라도 보낼라고.."라며 했더니 맛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보내왔다(친구가 커피점을 하고 있어서 커피도 같이 왔다). 정말 친한 친구가 썼다면서 편한 마음으로 읽어 보란다. 근데 책 표지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편한 마음으로 읽기에는 어딘지 모를 거부감이 있는 책이다. 근데 표지와는 다르게 책 내용은 대화식이라 너무 가벼워 보인다. 어딘가 모르게 조화가 맞지 않는 듯하다. 아마도 나만의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얼마만에 받아보는 책 선물인가? 지금까지 각 출판사로부터 프로그래밍 관련 서적은 증정본으로 많이 받았지만 친구로부터 이런 책을 받아본 경험은 정말 오래전인 듯하다. 설레임으로 책을 펴 들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이 책은 가벼운 책이 아니었다. 책의 표지에서 느꼈던 무거움과 삶을 관통하는 그 무엇인가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창의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그런 책이었다. 어찌보면 무겁다고 생각하는 주제를 대화 형식을 빌어 가볍게 전달하고 있다. 어쩌면 이 같은 가벼움이 내 마음가짐을 말랑말랑한 상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 책에서 전하고자하는 바가 전달되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40여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참 창의성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왜냐고? 난 창의성하면 항상 예술적인 감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난 예술적인 감각이 참 무딘 사람이다. 그런데 이 책은 창의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창의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창의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피하기 위해 창의성 대신 아이디어라는 말을 통해 내용을 풀어가고 있다. 창의성이라고 하면 나와 멀게만 느껴졌던 많은 것들이 아이디어라는 말로 바꾸는 순간 내 삶과 얼마나 가깝게 연결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창의성에 대해 거창하게만 생각했던 생각들을 아이디어를 통해 내 삶과의 연결 고리를 만드는 순간부터 나는 이 책에 빠지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깨달음은 창의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것도 있지만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것은 이 책이 접근하고 있는 많은 방법들, 생각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의 애자일 프로세스와 너무나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0장의 상자를 통해 아이디어를 도출해 가는 과정을 보면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테스트 주도 개발(TDD)가 떠오른 것은 직업병 때문일까? 처음에는 그렇게도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너무나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성취이기는 하지만 작은 목표를 세우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하는 모습은 애자일과 테스트 주도 개발의 그것과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정말 창의적인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계속했다(나이를 먹으면서 나에 대한 이런 최면이 나의 한계를 점점 더 극대화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에 학교 학생들에 대한 역량 정의 문서를 만들 일이 있었다. 학생 전반의 학교 생활에서의 경험을 정리해야되는 작업이라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그런데 이 작업을 하면서 몇 번의 깨달음을 얻는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 경험은 행정실에서 전달한 문서 템플릿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려고 보니 생각의 흐름이 계속해서 끊기고 무엇인가 연결 고리가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행정실에서 제안한 문서 템플릿의 형식을 무시하고 나만의 형식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다. 그랬더니 생각의 흐름이 연결되면서 문제가 잘 풀려 나갔다. 이렇게 나만의 형식을 가지고 문서를 작성한 후 최종 문서를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행정실 템플릿 문서가 내가 생각했던 흐름에서 힌트를 얻어 바뀌었으며, 다른 교수님들도 이렇게 바뀐 문서 템플릿으로 다시 문서 작업을 하게 되었다.

두 번째 경험은 앞에서 바뀐 새로운 문서 템플릿으로 역량 정의 문서를 만드는데 학생들이 졸업할 때의 최종 모습에 집중해서 생각하다보니 학생들이 어떻게 그 같은 역량을 성취해 갈 것인지에 대한 과정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과정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 몰입하다보니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어느 순간 갑작스럽에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을 먹고 20분만에 모든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경험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무엇인가 본질적인 것에 집중해 한 가지의 실마리를 잡는 순간 모든 것이 너무나도 쉽게 해결되어 버리는 경험을 했다. 지금까지 이 같은 경험을 창의성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이 또한 아이디어라고 이야기한다. 창의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그 동안 창의성과 나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미 많은 부분에서 나는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끊임 없이 개선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아이디어는 자신이 관심이 있는 것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순간 찾아온다. 본질적인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습관을 가지면 좋겠다. 이 책은 그런 습관을 만들어 가는데 자신감을 북돋워줄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되리라 생각한다.

너무 거창한 아이디어만 창의성이 아니다. 내 삶과 연결되어 있는 작은 것, 소중한 것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찾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창의성의 첫걸음이다. 그 첫걸음이 모이면 이 책의 마지막에서 이야기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으리라 믿는다.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작지만 큰 아이디어를 얻었으면 한다.

  • No lab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