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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선배 개발자, 기획자 당신들도 공부 좀 하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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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어제 읽기 위해 열어 놓았던 개발자가 익혀야 할 업무스킬이라는 글을 읽었다. 이 글을 읽을 때는 많은 곳에서 본 글과 비슷한 내용이라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글을 읽고 한참의 시간이 지나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어 글을 남겨 본다. 내가 프로그래밍을 처음 시작했던 20대 후반으로 돌아가서 저런 글을 읽는다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나 또한 최근에 저와 비슷한 이야기를 학교 학생들, 현업 후배들에게 자주 한다. 소통하고 공유하라고... 너무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서 지내지 말라고... 협업을 통해 학습할 때 더 멀리갈 수 있다고...

SNS를 통해 퍼져 나가는 선배들의 저런 글들이 후배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 정말 가슴 속으로 의미있게 다가올까? 물론 약간의 영향은 미칠 수 있겠지만 스스로 깨우침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와 같은 글에 대해 후배들의 반박의 글이 올라올 듯도 한데 아무런 목소리가 없는 듯 해서 내가 20대 후반으로 돌아가 그들을 대변해 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가끔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한다. 왜? 재미있으니까?

프로그래머 1, 2년차로 돌아갔다고 생각하고 글을 써보겠다.


내 주변에서 같이 일하는 많은 사람들(관리자, 선배 개발자, 기획자 등등)이 나보고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라고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아니라 좀 더 쉬운 용어로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협업할 때 흥분하지 말고 좀 더 차분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메일을 보낼 때 할 말만 하지 말고 주변 상황이나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글을 쓰라고 한다. 당연히 프로그래밍은 기본적으로 잘해야 한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지금 내 나이, 내 경력인 시점에 그렇게 소통을 잘 했고, 협업에 뛰어 났으며,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일을 했나요? 지금은 나보다 많은 부분에서 잘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당신들의 과거 모습은 어떠했나요? 혹시 당신들의 아쉬움을 우리를 통해 해소하려는 것은 아닌가요? 자기들도 못했으면서 저희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요? 지금 프로그래밍 하나 익히는 것도 많이 힘들거든요.

소통하고 협업하기 위해 왜 우리 프로그래머들만 노력해야 하는거죠? 우리 같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계에서 전문직으로 일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왜 관리자인 당신들이 공부해서 우리들의 언어를 이해하면 안되나요? 왜 선배 개발자인 당신들이 우리들의 요구에 귀담아 들어주지 않는거죠? 왜 기획자, 디자이너의 협업자들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용어나 환경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거죠? 왜 우리들 보고 변하라고만 하는거죠?

프로그래머에서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선배님들. 선배님들은 우리가 팔로우쉽을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팔로우쉽을 발휘하는 만큼 관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선배님들은 우리에게 리더쉽을 좀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우리에게 요구만 하시는 선배님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계신가요? 현재 프로그래밍에 투자할 시간은 많지 않지만 최신 트렌드는 좀 파악하고 계시면 안되나요? 변화와 시대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 새로운 트렌드를 제안하면 왜 항상 거부만 하는거죠? 근거 자료를 제시하라고요? 근거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선배들이 방향을 제시해 주면 안되나요? 우리보고 공부하라고 말만 하지 마시고 관리자인 선배님들도 공부 좀 하시면 안되나요?

현재 프로그래머이신 선배님들. 우리에게 이야기하시잖아요? 맨땅에 굴러봐야 성장한다고, 나도 예전에 다 그렇게 컸다고요. 이 모든 것이 제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충고라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선배들이 한 번 경험했던 모든 것을 저희가 다시 반복할 필요가 있나요? 물론 일정 부분은 경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무한 삽질은 아니잖아요? 저희는 선배님들이 고민하고 삽질했던 그 다음 단계를 고민하고 삽질하면 안될까요? 왜 우리에게 똑같은 경험을 요구하는 거죠? 저희보고 항상 소통하고, 협업하고, 배려하라고 이야기 하시잖아요? 그런데 선배님들이 저희에게 기술을 공유하고, 협업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저희들이 자연스럽게 배우지 않을까요? 후배들인 저희를 키우는데도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할애해 주시면 안되나요? 저도 정말 열심히 하고 싶은데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 모르는 경우도 많거든요.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지만 어느 순간 막혀버리면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요즘 후배들은 끊기가 없다고 불평만 하지 마시고 제대로 좀 가르쳐 주려는 노력을 조금만 해주시면 안되나요? 그럼  저도 시간적인 여유를 확보할 수 있고, 그 여유 시간이 생기면 사람과 소통하고, 협업하고, 배려하는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듯 해요.

같이 협업하는 기획자, 디자이너, QA, PM 등 많은 선배님들. 저희보고 쉬운 용어로 알아 듣기 쉽게 설명해 달라고 하시잖아요? 저도 그러고 싶어요. 하지만 제가 소프트웨어를 가르치러 온 것은 아니잖아요? 저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러 온 프로그래머이거든요.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용하는 기본적인 용어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요? 우리 소프트웨어를 만드는데 종사하는 전문가들이잖아요.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용하는 용어를 사용해 소통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요? 정말 우리가 그렇게 잘못하고 있는 건가요? 왜 우리 보고 변하라고만 하죠? 저도 노력하겠지만 선배님들도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해 공부 좀 하면 안되나요?


내가 프로그래밍을 시작할 때부터 많은 시간이 흘러 그 때의 감정을 그대로 살리기는 힘들겠지만 약간은 이런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20대이고, 사회 초년생이라면 충분히 불만을 가지고 이슈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럴 수 있는 나이이고, 불만을 가지고 있어야 사회에 변화를 만들 수 있다. 그렇게 사회는 조금씩 발전할 것이다.

내가 관리자, 선배 개발자, 선생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글을 쓰는 이유는 우리들의 조언을 그네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한번 생각해 보기 위해서였다. 이 보다 더 큰 목적은 최근에 후배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선배 개발자들의 목소리만 들리는 듯해 후배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대신 글을 적어봤다. 후배 개발자들의 목소리와 선배 개발자들의 목소리가 섞이면서 서로 소통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다보면 서로 느끼고, 배우는 바가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방적인 소통 보다는 쌍방의 소통이 있으면 좋겠다.

더 많은 후배 개발자들이 자신의 어려움, 고민들을 선배 개발자, 협업자들에게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써봤다. 오늘 하루 종일 이 엉뚱한 생각으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오랜만에 불만 가득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글을 썼더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가끔은 한번씩 불만을 폭발해 보는 것도 좋은 듯하다. 과거 투덜이 스머프라는 별명은 안고 살았는데 그 피가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 만큼 난 항상 젊은 생각을 하며 살고 싶은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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