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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팡의 문화 만들기를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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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 쿠팡에 다니는 친구를 만났다. 이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현재 쿠팡에서 진행하고 있는 쿠팡의 문화 만들기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주제가 되었다. 나도 기업과 조직의 문화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현재 쿠팡은 전체 조직을 애자일 조직으로 변경하고 있다고 한다. 그것도 단계적인 조직 개편이 아니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통해 애자일 조직으로 변경했다고 한다. 지난 주 금요일날 조직 개편이 있었으니 이번 주부터 새롭게 개편한 조직 구조로 운영되고 있을 것이다. 그럼 애자일 조직이 기존 조직 구조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먼저 현재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의 조직 구조이다.


다음은 현재의 물리적인 구조를 유지하는 상태에서 애자일 조직으로의 과도기 단계에 있는 조직 구조이다.


과도기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애자일 조직 구조를 가져갈 수 있다.

쿠팡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쿠팡은 위 조직 구조에서 중간 단계를 건너 뛰고 바로 마지막 단계의 조직 구조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생각은 중간 단계를 거쳐 단계적인 개편을 해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쿠팡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내 생각을 이야기했더니 쿠팡에 다니는 친구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기업의 문화는 단계적인 접근이 아니라 한번에 확 바뀌어야 바꿀 수 있다."

쿠팡 CEO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라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과거의 내 경험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2008년. NHN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개발팀을 맡았다. 운영 업무도 없고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 동안 시도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진행도 NHN의 조직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한 곳에 모여 애자일 방식으로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같은 시도를 할 때의 나의 느낌을 내가 바라는 조직 모델은? 에서 이미 언급한 적이 있다.
이 같은 노력은 일정 부분 성공했다. 개발팀은 애자일에서 제시하는 다양한 프랙티스 중에서 우리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프랙티스들을 하나씩 적용해 효율성을 상당히 높일 수 있었다. 한번 애자일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게 되니 다시는 이전 방식으로 돌아가지 못할 듯 싶었다. 그렇게 우리 팀은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도달했다. 일단 우리 팀의 업무 효율을 높이고 나니 병목은 다른 팀과의 협업에서 발생했다. 다른 팀은 아직까지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고, 이 부분에서 발생하는 병목은 우리 팀에도 영향을 미치는 상태가 되었다.

그 상태로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팀을 떠나고 팀은 해체되었다. 팀을 떠나고 팀이 해체되는 순간 지금까지 진행한 문화와 경험은 사라져 버렸다(물론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고 지금도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 경험만으로 판단하면 위와 같이 몇몇 팀만 효율화해서는 회사 전체의 문화를 바꾸는데는 한계가 있다. 물론 나도 인정한다. 회사 전체의 문화를 만들고, 바꾸기 위해 팀 전체가 같은 문화를 가지고 효율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직 전체를 같은 문화와 같은 조직으로 구조를 바꾼다고 해서 같은 문화와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 우리는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을까?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힘들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정답은 아닌 듯하고 단계적인 접근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이에 대한 해법을 알고 있다면 내가 여기서 글이나 쓰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어디 가서 컨설팅 하면서 조직을 효율화하는데 기여하고 있을 것이다.

회사를 상대로 컨설팅할 능력까지는 되지 않지만 짧은 지식으로 내 생각을 공유해 보도록 하겠다. 나는 먼저 조직을 분리하기 전에 회사의 비전과 업무 영역을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쿠팡은 이미 이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었고, 그에 따라 조직이 분리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단 업무 영역에 따라 어떻게 분리할 것인지 결정했다면 각 조직원들이 자신이 원하는 조직에 자원해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자신이 좋아하는 업무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소속감도 생기고,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한 책임도 따르기 때문이다. 쿠팡도 이 단계까지는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같이 진행했으며, 지난 주까지의 상황으로 알고 있다. 난 이 단계까지가 윗 사람들이 관여할 단계라 생각한다. 즉, 한번에 확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 지점이 여기까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는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까? 이 단계 이후부터는 분리된 각 조직의 자발적인 참여로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 조직에 맞는 프로세스와 문화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회사 전체가 공유하는 문화가 있어야 하고, 각 조직의 문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각 조직의 문화는 다를 수 밖에 없으며, 각 조직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 말의 의미는 각 조직의 문화를 회사의 윗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 조직에 참여하고 있는 구성원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조직에서 윗 사람 주도로 문화를 만들고 개발 프로세스를 만드는 경향이 많은데 이렇게 할 경우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공을 위한 가장 큰 요건은 조직 속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자신들이 바뀌어 갈 때 성공할 수 있고,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최초 어떻게 조직 문화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만드는 방법을 모른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방편이고 지속성을 가지고 자신들의 조직에 맞도록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때 성공할 수 있다.

이 같은 형태로 발전하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와 프로세스가 존재할 수 밖에 없다. 내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각 조직 속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화하려는 순간 각 조직의 구성원들은 수동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으며, 최초 목표로 했던 초심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국내 교육을 받아왔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극적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맞추어진 문화와 프로세스에 맞추어 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먼저 이 같은 소극적인 자세와 서로 간의 경쟁 심리를 깨트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조직 구성원들 개개인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 마인드가 바뀌면 그 뒤에는 자연스럽게 개선되어 나갈 것이다.
어차피 문화를 만들고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같은 일하는 사람들이 성장하기를 바라고, 즐겁게 일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이 성장하고 즐겁게 일하면 이들을 통해 만들어지는 결과물은 다를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각 조직들이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즐겁게 일하고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조직 모델은? 글의 댓글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의견이 있다.

위 조직 모델은 직원에 대한 강한 신뢰가 없으면 어렵다고 봅니다. 조직이 수평구조를 이루어야 하는데 인간 본성과 본능은 수직구조로 가게 된다는 것이 사회과학자들의 소견입니다. 특히 중요도가 높고 사회적으로 민감한 서비스를 운영하면 더욱 중앙에서 통제하기 편한 구조로 가게 되지요. 엄밀히 말하면 수직적인 조직구조에서 말하는 효율성은 업무의 효율성이라기 보다는 통제의 효율성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는 근본적인 문제가 조직 구조의 형태가 아니라 다양성의 무시라고 생각됩니다. 여러가지 환경을 고려하여 거기에 맞는 조직형태를 가져가는 유연성의 부족이구요.


내가 바라는 조직 모델은? 글을 썼던 4년 전에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 댓글을 쓴 친구가 현재 쿠팡에서 일하고 있다. 이 친구는 나와 같이 NHN에서 애자일 프로세스를 만들고 조직 문화를 만들었던 친구이기도 하다.

나는 이 댓글의 내용이 조직의 문화와 프로세스를 만들어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1차적으로 조직 구성원들간의 강한 신뢰가 필요하고 수평적인 관계가 되어야 한다. 이 수평적인 관계라는 것이 국내 문화에서는 깨기 힘들기 때문에 애자일 프로세스를 적용하는데 한계로 작용한다. 하지만 깨야 한다. 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번째는 다양성의 인정. 앞에서도 계속 이야기했지만 통제의 효율성을 위해 획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을 통한 또 다른 측면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만들어갈 때 성공할 수 있다.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환경에서 쿠팡과 같은 규모의 회사가 애자일 조직 구조로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서는 몇몇 시도가 있겠지만 쿠팡과 같이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에서는 쉽지 않은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같은 시도를 결정한 쿠팡의 CEO를 지지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성공했으면 좋겠다. 이제 윗선은 움직일 만큼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윗선은 한번씩 확인하고 잘못된 길을 걸을 때 제대로 된 길을 갈 수 있도록 가이드 역할만 하면 된다. 이제는 여러 개로 나뉘어진 각 조직원들이 움직여야 한다. 개개인의 목소리를 내야 하며, 각 조직의 목소리와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갈 때 현재의 쿠팡과는 다른 모습의 쿠팡을 볼 수 있을 것이며, 그 속에서 일하는 개개인들도 행복할 것이다.

변화를 위해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이다. 이 고통을 깨고 즐거움을 맛봤으면 좋겠다. 초반에는 힘들겠지만 미래의 즐거운 모습을 상상하면서 하나씩 작은 발걸음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바란다. 2,3년이 지난 시점에 쿠팡의 다양한 사례들이 국내 컨퍼런스를 공유되고, 국내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해본다.

쿠팡만의 문화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날 때 술한잔 얻어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