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공부하는데 꼭 목적이 있어야 하나요?

2014-10-15 11:03

어제 친구와 만나 커피 한잔 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NEXT 학생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

교수님 ㅋㅋㅋㅋㅋㅋ 쌩뚱맞은데요 ㅋㅋㅋ

소프트웨어 공부하는데 꼭 목적이 있어야 하나요? 예를 들면....이런 가치를 만들어겠다. 뭐가 되겠다 이런...ㅋ

학교 외 사람들 만나면 자주 물어보는데. 대답을 못하겠네요.

제가 잘못된건가요?

처음 입학할땐 그런이유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냥 재밌다라는 생각이 더 큰데.

왜 배우는지 배워서 어떻게 하겠다는게 명확하지 않은게 고민을 덜리 해서 그런걸까요??ㅋㅋㅋ

좀 두서없네요 ㅋㅋㅋㅋ

정리하면 컴퓨터를 떠나서 뭐든 할때 목적이나 이유가 명확해야 하는지. 없다면 고민을 덜한건지해서요 ㅎㅎ

나는 20대에 이런 고민을 한 기억이 없는데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나도 무슨 일을 시작하기 전에 목적과 가치를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개별적인 일에 대해서는 목적과 가치를 찾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 삶 전체를 관통하는 삶의 목적은 아직 찾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그 일의 목적과 가치를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또한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을 하는 경우 힘든 일이 발생하거나 상황의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상태인지라 나 또한 내 삶 자체에 대한 목적과 가치를 아직도 찾고 있다.

최근 E.F. 슈마허가 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책을 다시 읽고 있는데 이 고민과 관련해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글이 있어 공유해 본다.

교육이 가능성을 인간에게 유용한 현실성으로 전환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가치관, 즉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관념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물론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겠지만 이것은 부차적인 문제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성적인 관점을 갖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사람에게 상당한 권력을 넘겨주는 것은 분명히 어리석은 짓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전인류가 치명적인 위험에 직면해 있음은 거의 의심할 나위가 없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과학 기술의 노하우를 부족하게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지혜가 결여된 채 이 지식을 파괴적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좀더 많은 교육은 그것이 좀더 많은 지혜를 산출하는 경우에만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지금까지 NEXT에 했던 교육이 노하우를 전달하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이에 대한 해결책 중의 하나로 인문학을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로 눈을 돌려야 하는가? 과학혁명에 대해, 그리고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수없이 들었겠지만, 이른바 인문학에게로 눈을 돌여야 할 듯 보인다. 운이 따른다면, 바로 여기서 정신을 충만하게 할 위대하고 중요한 관념 - 사고의 도구가 되고 세계, 사회, 인생을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줄 - 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인문학이 화두가 되면서 취업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그 보다 먼저 "내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인문학을 접근했으면 한다. 하지만 아직 젊은 나이에 피부로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나도 나이 마흔이 넘어서야 제대로 된 고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피부로 다가오지 않더라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끈은 놓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 친구에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는 이 정도이다. 인생 선배로서 이 친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까? 이 친구가(아니 우리 주변의 모든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주면 좋겠다.

2개의 의견 from FB

4개의 의견 from SLiPP

2014-10-21 15:48

목적없이 하다보면.... 끝까지 목적없이 하는 경우도 있더란......

어떤 목표를 설정하고 완성을 하여 누군가에게 사용하도록 하는 것까지의 즐거움을 맛보라고 하고 싶네요.

가끔은 완성을 못하는 것에 대한 핑계로써 목적없이 즐거움만 찾는 분들도 종종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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